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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금단의 길 '백두대간 향로봉 트레킹'을 다녀오다2022-10-06 2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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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 짜 : 2022. 09. 30.(금)


   ♣ 날 씨 : 맑음, 최저 12℃ / 최고 28℃, 바람 3km/h


   ♣ 장 소 : 강원 고성군 수동면,간성읍 향로봉 일원


   ♣ 일정 & 코스 : 고성종합운동장→진부령미술관 옆 행사장→추모쉼터→바다쉼터→둥글봉쉼터→핸폰 반납→향로봉→행사장 원점회귀  

                            【약 36km 약 7시간 소요/ 약 6만보】




  지난 13차 백두대간길에 참석하신 박정진님으로 부터 향로봉 트레킹 얘기는 들었다.

처음엔 먼거리인데다 아침 07시 정각에 고성종합운동장에서 접수를 해야 되어서 교통편, 숙식 문제가 곤란하여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등야 밴드에 박정진님이 이 행사를 공지로 올렸다.

갑자기 궁금증이 일어 박정진님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향로봉 트레킹 행사 참가를 하려면 먼거리인데 혹시 주최측에서 숙소와 식사문제를 주선해 주나요?"

  "아이고, 형님! 그런 것 없습니다. 신청자가 알아서 해야 됩니다. 형님 가보실랍니까? 저 이번이 그 행사 4번째 참가하는데 형님이 가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교통편과 숙식문제 다 해결해 드릴테니 나중에 1/n 로 결산만 해 주세요! 단, 신청하는 것은 제가 어찌할 수 없으니 무조건 9월 1일 아침 9시에 행사 홈페이지 접속하고 신청만 해 주세요!"

  세상에, 이런 고마운 사람이 다 있나? 볼 것 없이 참석할 것을 결정하고 9월 1일이 오기를 눈 빠지게 기다렸다!

신청하는데도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일일이 설명하기는 번거롭고, 이렇게 하여 9월 29일 13:30분에 복정역 2번출구에서 정진님이 데리고 온 카니발에 6명이 타고 고성을 향하여 가게 된 거디다!!!


  말이 난 김에 박정진님에 대하여 언급을 할 필요가 있겠다.

세상에는 별난 사람도 많지만 박정진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이다.

요즘 사람으로는 드물게 자녀도 4이나 두었다고 한다. 갈수록 줄어드는 대한민국의 인구를 덜 줄게 하는데 기여를 했다.

그 자녀들 중 초등학생 어린 아들 하나, 딸 하나를 직접 데리고 백두대간을 완주했다 한다.

나는 70살이 넘어서도 아직 절반도 못 밟았고 아직도 완주는 불투명하다.

어린 나이에 그런 좋은 경험을 시켜 준 부모라면 그보다 더한 교육이 무엇일까?

두 자녀는 일생을 살아가는데 계속 백두대간 완주가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내가 처음 대간길에서 박정진님을 처음 만났을 때는 몇 년 만에 빠진 구간을 때우기 위해 나왔다는데 배낭이 꽤 무거워 보인다. 

나중에 보니 배낭 속에는 삭힌 홍어, 문어 숙회, 과일, 음료수 등이 그득했다.

코로나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먹는 것은 많고 운동은 부족하여 갑자기 체중이 16kg이 불었다고 하는데 나중에는 그 무거운 배낭 때문인지 불어난 체중 때문인지 다리에 쥐가 나서 애를 먹었다 한다.

나는 남에게 베푸는 것도 좋지만 우선은 내가 살고 봐야하니 배낭 무게를 최소한으로 줄이라는 충고 아닌 충고를 했었다.


  다음 구간에도 또 참가를 했는데 배낭 무게는 전혀 줄어 있지 않았고 또 여러 사람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었다.

어디 그뿐이랴, 걸어가면서도 거치적거리는 나뭇가지 모조리 꺾고 부러뜨리며 간다. 발밑에 장애가 되는 돌, 떨어진 나뭇가지 등 장애물을 모두 치우며 간다!

자신을 위해서? 아니다! 누가 되었건 간에 뒤에 오는 사람들을 위해서이지!

내가 확인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그날도 다리님이 무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내가 인상 깊게 생각하는 것은 향로봉 트레킹이 자주 있는 행사도 아니고 소수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사도 아닌데 박정진님은 행사 집행부를 비롯하여 이번에 참가한 전국 산꾼의 상당히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었다.

거짓말 약간 보태면 참가자 200명 중 절반 정도와는 인사를 나누는 것 같았다!

세상에...! 자기 사업에도 바쁜 분이 언제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

어디 이 분야 뿐이겠는가? 박정진님과 조금이라도 연이 닿아 있는 곳곳에 다 인맥이 이렇게 얽혀 있겠지!

나로서는 불가사의 이해불가이다!


  내가 향로봉 트레킹을 가고 싶었던 데에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보통 남한 지역 백두대간종주는 ‘진부령-지리산 천왕봉’구간을 남진을 하던지 북진을 하던지 둘 중의 하나이다.

진부령에서 향로봉 구간도 물론 백두대간길에 속하기는 하지만, 최전방 군부대 관할 구역이어서 평상시 민간인 통제를 하기 때문에 가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백두대간종주 +1구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나 아무 때나 가볼 수 없는 곳이기에 가보고 싶었던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 째 이유는 1960년대 초에 우리 사촌형이 사병으로 근무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촌 형님은 법보다 주먹이 가깝던 6.25전쟁 직후의 세상에서 우리 동네 근처 사방 십리 안에서는 알아주는 협객으로 한 주먹 하셨던 분이다.

어린 나에겐 영웅처럼 보였는데 나에게 자주 하셨던 얘기가 자신이 군대에서 근무하던 향로봉 얘기였다. 그 당시는 여러 가지 형편상 어렵지만 나중에 내가 더 자라면 나를 데리고 향로봉 구경을 꼭 시켜 주겠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다.

나는 어딘지도 모르는 최전방 향로봉을 어려서부터 잘 알고 있었고 언젠가는 가보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던 형님께서 젊음이 다 가기도 전에 어이없이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다.

내가 막 교사에 발령 받아 술 좋아하시는 형님을 모시고 언젠가 제대로 약주대접을 한번은 하고 싶었는데 그마저 실행에 옮기지 못하여 더 가슴이 아팠다.

나는 이번 향로봉 트레킹 행사에 참가하여 상위 1/4 정도의 순위로 향로봉을 밟고 형님이 군대생활 3년간 이리저리 밟고 다녔으리라고 생각되는 이곳저곳을 바라보고 나서 몇 방향을 향하여 땅에 엎드려 재배를 올렸다.

형님께서 데려다 주시겠다던 향로봉을 제가 직접 찾아 왔으니 약속을 못 지키신 형님께서 미안한 마음을 갖지 마시고 평안히 잠드시라 명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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